진료를 시작한 초기에, 저는 모든 약 환자들에게 자필 편지를 썼습니다.

개인 안부를 묻고, 이 처방이 어떤 처방이고, 왜 썼으며, 복용 후에는 어떻게 바뀔 것이며,

최선을 다해서 처방했으니 꼭 효과가 좋았으면 한다고, 매 환자마다 밤늦게까지 그렇게 써서 드렸었죠.

그 덕에 환자분들의 반응은 늘 호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꾀가 생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진료의 스킬, 이라는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연차가 올라가고 게으름이 늘어감에 따라

점차 환자를 대함에 있어 초심을 잃고 차등을 두며

그나마도 최근에 일이 많아져서 지쳐서 그런지

억지로 진료 하는듯한 느낌을 스스로에게서 받을 때가 많습니다.

요즘 특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환자분들을 보는 일에 굉장히 게을러지고, 나태해지고, 어떤 의미에서는 자만심이 늘었구나.

나의 초심에 대해서 오늘 저녁 다시 한 번 반성을 합니다.

자리, 마케팅과 같은 천시에 매달리고 있지는 않았는지.

의료의 본질은 사람임에도 나는 본질을 바로 앞에 두고서 파랑새를 멀리서 찾지는 않았는지.

늘 최선을 다해 열심히 진료하겠노라고 다시금 초심을 다 잡아봅니다.